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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진 국제부장의 All About English 55] ‘더 글로리(The Glory)의 번역 (파트2)’ ... 아쉬움 몇가지
[조수진 국제부장의 All About English 55] ‘더 글로리(The Glory)의 번역 (파트2)’ ... 아쉬움 몇가지
  • 조수진 기자
  • 승인 2023.03.17 21:0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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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땀 한땀 짜듯 작가의 정성스런 극본을 영어가 잘 담아내, 전 세계가 온통 ‘더 글로리’로 가득 했으면”

 

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더 글로리'가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지난 3월 10일 학폭에 대한 복수를 평생 준비해 온 문동은(송혜교 분)의 치밀하고 통쾌한 복수극의 전말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9편-18편의 긴 드라마가 액션 영화를 능가 할 만큼 단숨에 몰아 보게 되는 이유는 등장인물들의 연기, 복선이 깔려 있는 줄거리와 구성도 한 몫을 하지만 단연 김은숙 작가의 명대사가 이 드라마의 진정한 글로리이라는 것을 재확인해 주었다.

신조어 인 듯 아닌 듯 한 귀에 쏙쏙 박히는 명대사들을 듣고 있으면 분노, 웃음, 희열, 사랑 등 다양한 감정들이 장면과 함께 순식간에 지나간다. 한국어로 드라마를 100% 감상한 만큼 영어는 몇 퍼센트 정도 외국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지 늘 궁금하다.

영어 어휘가 따라주지 못하는 부분, 작가의 의도 전달이 다소 아쉬운 부분, 번역이 잘된 부분 등을 알아보고자 한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1. 영어 어휘의 한계

 

노래에 ‘라임(rhyme)’이 있듯 대사에도 라임을 사용한 재치 있는 말장난이 많았다.

최혜정: 여보세요?(what's up?)

손명오: 어, 니 여보세요.(it's your man, babe)

부부끼리 하는 여보라는 호칭을 재치 있게 사용한 말장난이다.

문동은: 내 뒷조사 했네.(you’ve done some research.)

박연진: 니년이 한 건 앞조사구?(you’re the one to talk.)

문동은: 당황했죠?

주여정: 당연했죠(it was the right thing to do for you.)

박연진: 아가리 리벤지(with bullshit), 대가리 쓰고 있네(trying to be smart, or what?)

복수를 하면서 달방에 사는 문동은이 말로만 복수를 하고 있다는 박연진의 비아냥거림을 재미있게 표현한 대사다.

아사라: 혀는 짧아 가지구(Are you talking again?)

최혜정 발음을 놀리는 대사다.

전재준: 하필 또 어려운 발음을 골랐어. (sure you should be talking about someone else’s crazy eyes?)

박연진: 나랑 살아보니까 다 채운 년이 궁금해? (you’ve been with me, so now you want to know what it’s like with a teacher?)

이는 선생인 문동은을 두고 ‘다 채운 년’이라는 비속어를 사용한 대사다.

이사라: 손명오 참고인 조사 후기 풀어(how’d it go with the cop? any news on myeong-o?) 시험 본 후 ‘후기’라는 단어가 있기에 조사 후 그 후기를 풀라는 재치 있는 대사다.

박연진 엄마: 두부 먹다 이빨 빠질 사주였어! (You were just a pathetic loser.)

문동은 엄마: 마셔도 꺾어 마셨어. (But I drank it really low.)

술을 마실 때 꺾어 마셔 천천히 마신다는 재치 있는 표현이다.

박연진: 나보다 낫다며 그럼 TPO는 갖춰야지(You’re better than me, right? You should at least dress the part.)

TPO는 (Time, Place, Occasion)의 약자로 특정시간, 장소, 상황에 맞게 옷을 입는 것을 의미하는 패션용어다.

현남남편: 참 꽃가라 잘 받어.(wearing that ugly dress?)

최혜정: 지들 얘기 되니까 왜 진지 빨아?(and now that it’s about you, it’s not so funny?) ‘진지함’과 ‘빨다’라는 단어를 재미있게 조합한 표현이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2. 아쉬운 번역

 

손명오: 푸딩 같은 새끼였어(you’re not that tough, are you?)

박연진: 기어이 여는 구나 상자를 (do you wanna know? really know?)

박연진 엄마: 공부만 조금 못했으면, 사회면에서 얼굴 자주 뵈였을거 같애.(if you didn't well in school, i swear your face would be all over the society columns.)

society column은 지역의 행사나 소식을 전하는 것이며 대사에서는 범죄로 인해 사회면을 장식 할 거라는 은유적 표현이다.

주여정 엄마: 그게 너의 천국이면, 엄마는 반대 안할 거야(if this is what you really want to do, i’m not going to stop you.)

‘천국’과 ‘지옥’이라는 단어가 드라마 전반에 많이 사용되었기에 '천국'이 빠진 부분이 다소 아쉽다.

박연진: 아줌마 컨셉 잘 못 잡았어.(You should’ve had a different attitude.) 뻔뻔한 건 내가 한 수 위거든(I’m a lot tougher than you are.)

최혜정: 내가 입술 끝에 정을 뒀네. (Cause we’re friends, I stopped myself.)

비밀을 폭로하려다 정을 봐서 참았다는 이 역시 김은숙 작가 스러운 대사다. 이는 "I held my friendship at the tip of my lips." 로 했어도 괜찮을 듯 하다.

주여정: 지금이 100%로 거든요. (Cause it couldn’t get any better than this.)

주여정이 옛날 이야기를 하며 그래도 99%는 사귀였을 거라는 말에 문동은이 왜 1%를 남기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였다. 99%, 1%, 100%로 이어지는 간결하면서 잔잔한 감동 전달이 영어가 받쳐 주지 못한 부분이다.

전재준: 내가 최근에 아주 비싼 ASMR을 샀거든.(I just got my hands on a file an audio file you’ll find interesting.)

손명오와 박연진의 대화가 녹음된 아이패드를 ASMR로 표현한 것이며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약자로 먹방에 자주 사용되어 우리에게 이미 친숙한 단어지만 영어가 전재준 스러운 화법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부분이다.

박연진: 에코백 들어(Just use a tote.) 환경 생각하자는 거지.(I’m just saying it’d be a bit more green.)

tote와 환경은 연관성이 없는 가방이므로 ‘eco bag’ 단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이 아쉬웠다.

최혜정: 1+1 남은 거 꼭 킵 해놓으세요. (Please add my free procedure to my account.)

혹시 니 남편이 나 킵해놓은건가?(Maybe you should book an appointment too), 나도 1+1이나 해야 겠다. (so your husband won’t have to call me.)

1+1은 ‘buy one get one for free’이며 여기서는 한번 시술을 하면 한번은 무료로 해 준다는 의미로 사용되었다. “keep 하다”는 단어를 최혜정이 박연진의 남편이 최혜정에게 불순한 의도로 keep 해 놓은 거 같다고 박연진을 자극 시키는 의도였지만 이 부분은 전혀 다르게 번역되었다.

전재준: 엄마는 손절 (I’ll find a way to deal with this.)

박연진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아 손절하겠다 대사 역시 전재준 스러웠지만 이 역시 영어 번역이 아쉬웠다.

전재준: 전예솔이든 하예솔이든 (whether she’s your daughter or mine)

최혜정이 놀라며 “하예솔?”이라고 한 대사에 your daughter이라는 표현은 내용 상 맞지 않는다.

주여정: 악마던데 (I know what you did.)

작가의 의도는 주여정이 학폭의 당사자가 박연진인지 알지 못하는 시점에서 한 대사이기에 제 3자라는 뉘앙스로 전달되어만 했다.

문동은: 2004년부터 여기까지 뚜벅 뚜벅 (I’m here all the way from the year 2004.)

‘뚜벅 뚜벅’은 걷는 의태어로 all the way만 표현되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하도영: 선은 넘지 말고(careful what you say here) 차라리 Don't cross the line. 이라고 해도 정황상 의미 전달에 무리가 없었듯 싶은 대사였다.

 

 

​​[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3. 번역이 잘된 부분

 

문동은: 맹목적인 선의와 윤리는 허울뿐인 영광 그 뿐이더라.(blindly acting with good intentions only brings false glory. nothing more.)

아사라: 약 좋아해? 약? 계약하자구.(I meant get hired, not get high.) 그림을 그리는 예솔이에게 약이라는 말을 했다가 박연진이 놀래자 계약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재치 있는 말장난이였다. 이 부분을 get high(약에 취하다), get hired(고용되다)로 재치있게 번역됐다.

문동은: 너의 세상이 온통 나였으면 좋겠어.(I want your world to always have me in it.)

배역의 이름을 빼고 대본만 랜덤 하게 읽는 다 할지 라도 대사가 누구의 대사인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많은 배역들이 사용하는 어조, 단어, 표현들이 1편부터 18편까지 한결같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작가 이름을 익명으로 해도, 새롭게 시도한 장르라 해도 김은숙 작가의 극본임을 알 수 있는 드라마였다.

한 편씩 뚜벅 뚜벅 시청한 분들도 있겠지만 배역들의 입술 끝에서 담아내고, 입술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의 액션들이 며칠 동안 봐야 할 분량을 액션 영화처럼 단숨에 보게 만든다. 한땀 한땀 짜듯 작가의 정성스런 극본을 영어가 잘 담아내어 전 세계의 시청자 세상에도 온통 ‘더 글로리’로 가득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

 

 

조수진 국제부장
조수진 국제부장

 

 

글 Soojin Cho (조수진)

- 비즈니스리포트 편집국 국제부장

- 조수진의 All About English

- 펜실베니아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 스톡홀름 경제대학교 대학원

- www.u-toeic.com 조수진 영어연구소 소장

- 베스트 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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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진 2023-03-24 19:02:18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