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뇌는 언어 습득과 관련해 다양한 영역이 있다. 브로카 영역(Broca’s Area)은 좌측 전두엽에 위치해 언어 생성과 문법 처리를 담당하며, 베르니케 영역(Wernicke’s Area)은 좌측 측두엽에 위치해 언어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모국어는 주로 좌뇌에 자리 잡고 있으며, 뇌량(corpus callosum)은 좌뇌와 우뇌 사이의 정보 전달을 돕는다. 우뇌는 창의성과 직관, 그리고 공간 인식을 담당하며, 언어의 정서적 측면과 비언어적 소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어린 시절에는 뇌량이 활성화되어 좌뇌와 우뇌 간의 원활한 정보 교환이 가능하기 때문에 언어를 쉽게 습득할 수 있다. 하지만 사춘기 이후부터 뇌량의 기능이 서서히 약해지면서 원어민과 같은 수준의 언어 습득이 어려워진다.
사춘기는 '질풍노도의 시기(adolescence period)'로 언어 습득의 변화 뿐만 아니라 감정의 변화를 보이며 어휘선택, 말투에도 변화를 가져온다. 지난 6월 12일에 개봉한 픽사(Pixar)의 '인사이드 아웃 2(Inside Out 2)'는 사춘기를 겪는 13세 라일리의 감정과 언어적 변화를 잘 묘사했다.
이 영화는 ‘토이 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등 수많은 픽사만의 주옥 같은 스토리텔링 기법과 창의적인 감정 묘사의 결정체라는 찬사를 받으며 한국에 개봉한 지 15일 만에 500만에 가까운 관객들에게 커다란 ‘기쁨(joy)'을 주고 있다.
1편의 기쁨(joy), 슬픔(sadness), 소심(fear), 까칠(disgust), 버럭(anger)의 5가지 감정이 라일리(Riley)의 성장 여정을 함께 했다면 2편에서는 불안(anxiety), 당황(embarrassment), 따분(ennui), 부럽(envy)이 까지 모두 9가지의 의인화한 감정들이 사춘기에 접어든 라일리와 함께 한다.
캐릭터들의 시그니쳐 컬러는 그들의 감정선과 관련 있다. 공포심의 파란색을 띤 슬픔이, 노란색 드레스와 파란색 헤어를 한 기쁨이의 투 컬러의 조화, 질투심과 관련된 초록색 계열을 한 부럽이와 까칠이, 화를 내는 빨간색의 버럭이, 얼굴이 빨게 지는 핑크색의 당황이, 붉은 계열인 주황색의 불안이, 뭐든 관심이 없는 차가운 색을 띤 남색의 따분이 까지 캐릭터의 연출을 위해 픽사만의 연출기법을 보면 그 디테일함에 감탄이 절로 난다.
여기서 감정들이 가진 색이 한국어와 영어는 어떻게 유사하고 다른 지를 살펴보자.
l 파란색/하얀색
“시퍼렇게 질리다.” 영어에서는 공포에 질리는 것을 'pale(창백한)'로 표현한다. 우리말에 “하얗게 질리다.”라고 표현하는 것과 유사하다. 반면, 영어에서의 'blue'는 슬픔과 우울한 감정을 나타내며 “I feel blue. (나는 우울해.)”라고 표현한다.
l 빨간색/핑크색
우리말의 “불같이 화를 내다.”, “얼굴이 붉어지다.”는 영어에서도 비슷하다. “When he found out someone had damaged his car, he saw red. (그는 누군가 그의 차를 망가뜨린 것을 알고 격분했어.)” “She was red-faced. (그녀는 얼굴이 빨개졌어.)”라고 말한다.
우리말에 ‘핑크 빛 열애’와 같이 핑크색은 기분을 좋게 하는 색으로 간주된다. 영어에서도 “She was tickled pink when she received the surprise gift.(그녀는 깜짝 선물을 받고 매우 기뻐했어.)”와 같이 핑크색이 기쁨에 비유된다.
l 초록색/노란색
영어는 “She was green with envy. (그녀는 질투심으로 가득 차 있어.)”라고 초록색을 질투심으로 표현한다. 또한 어지럽거나 아플 때 “"After the roller coaster ride, he looked a bit green. (롤러코스터를 타고 난후, 그는 약간 아파 보였어.)”와 같이 어지러움 또한 초록색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반면, 한국어는 “얼굴이 노래지다.”와 같이 주로 아플 때 노란색을 사용한다. 영어에서의 노란색은 “He didn't stand up for his friend because he's yellow-bellied. (그는 겁이 많아서 친구를 변호하지 않았어.)”와 같이 겁쟁이를 표현할 때 사용된다.
인사이드 아웃 1과 2에서 영어의 기발한 센스가 보여지는 부분들도 많았다. 1편에서 '기쁨이'가 “Think positive! (긍정적으로 생각해!)”라는 말에 '슬픔이'는 “I’m positive you can get lost in there.(나는 너가 거기서 길을 잃을 거라고 봐.)”라고 답하는 대사. 2편에 아이디어가 머리속에 몰려 들어오는 장면은 브레인 스토밍(brainstorming)의 'storm'을 사용한 장면이 기발했다. 또한 '라일리'가 비꼬는 말투(sarcasm)를 쓸 때 마다 골짜기가 무너지는 장면은 chasm(협곡)를 활용한 장면으로 단어의 일부를 활용한 연출법이다.
영어 사전에 사람의 감정을 표현하는 동사의 수는 대략 30개 정도이다. 예) excite, embarrass, tire, please, disappoint 등등. “I am tired. (나는 따분함을 느껴.)”, “I am tiring.(나는 따분한 사람이야.)”와 같이 의미가 달라진다. “감정을 느꼈다”라고 표현할 때는 능동태(能動態)가 아닌 수동태(受動態)를 사용해야 한다. 다시 말해, 내가 느낀 감정을 표현할 때는 제3의 의해서 내 감정 버튼이 눌려서 표현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영화 ‘인사이드 아웃’은 감정을 컨트롤 하는 것은 다른 외부의 것이 아닌 결국 '나 자신'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누군가가 혹은 무엇이 나의 감정을 건드리지만, 어떤 감정 버튼에 불을 켤지는 결국 내가 능동적으로 결정한다”라는 교훈을 주며 영화 인사이드 아웃 2는 어른과 아이 모두의 감동 버튼에 불을 켜고 있다.
글 Soojin Cho (조수진)
- 비즈니스리포트 편집국 국제부장 / 이사
- 조수진의 All About English
- 펜실베니아대학교(UPENN) 교육학 석사
- 스톡홀름 경제대학교 대학원
- www.u-toeic.com 조수진 영어연구소 소장
- 베스트 셀러 [패션 X English]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