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 산업간 융·복합 활발 전망
향기 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보였던 성장세는 코로나19 이후 더욱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향기를 통한 휴식과 치유 등 긍정적 역할이 주목 받고 있고,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는 중요한 수단으로까지 떠올랐다. 기업의 마케팅 수단으로 주로 활용됐던 향기 역할은 최근 일반 가정으로 확대되고 있다. 4차 산업 발전과 함께 융·복합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향기 산업은 더욱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 백화점 1층 화장품 매장 '향기 마케팅' 힐링 공간 강조
급변하는 경제 환경 속 산업전반에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움직임이 한창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이종 업계 간 융합을 바탕으로 소비자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일환에서다. IT산업을 중심으로 시작된 움직임은 최근 유통가로 확대되고 있는 모습이다.
유통업계가 차별화 경쟁력으로 내세운 것은 후각이다. 후각은 오감(시각, 청각, 미각, 촉각, 후각) 중 외면 받아왔던 자극이다. 정확하게 자체적으로 한정했던 후각 자극의 한계를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전 세계적 추세다. 영국 시장 분석 업체 IAL컨설턴트는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향기 산업 규모는 2017년 28조원에서 2022년 약 40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감각을 활용한 마케팅은 무의식 중 가장 큰 효과를 주기 마련이다. 이중 후각은 사람의 기억과 긴밀히 연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후각 마케팅은 센트(Sent) 마케팅으로 불리며 산업 전반에 이미 활용 되고 있다.
센트 마케팅은 중고차 판매자가 중고차에 새 차 냄새가 나는 방향제를 뿌리고 매출이 훌쩍 오른 일화를 바탕으로 유명세를 탔다. 무의적으로 향기에 취한 소비자가 지갑을 쉽게 열게 만드는 식이다.
백화점 1층에 화장품 매장을 위치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화장품과 함께 방향제 및 향수를 이용한 향기 마케팅은 고급스러움을 강조하는 백화점 마케팅은 매출 증대로 이어졌다. 이후 호텔을 시작으로 의류매장, 서점 등에서도 업체 색깔을 표현할 수 있는 향기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했다.
향기 산업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코로나19 이전에는 단순 마케팅 수단으로 향기를 이용했다면 코로나19 이후에는 치유와 힐링 공간이라는 이미지부터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수단이 부각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국내 향기 마케팅의 대표 주자로는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를 꼽을 수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2017년 향기 마케팅 기업 센트온과 함께 출국장과 환승장에 한국 고유의 향인 지리산 산청향을 활용했다. 산청향은 여행객에게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인상을 부여하는 게 주요한 역할을 했다. 인천공항은 스카이트렉스 선정 세계 공항 중 상위권에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2018년 김포공항 국내선 보안검색장 지역에 스파 유칼립투스 향을 통한 향기 마케팅을 도입, 운영 중이다. 보안 검색원의 과도한 긴장과 스트레스 완화를 위한 후각 차원의 고객 서비스로 시그니처 향을 사용, 이용자 만족도를 높였다.
커피 전문점인 스타벅스는 새로운 향기를 이용하기보다 매장에 퍼진 커피 향을 해치지 않기 위한 형태의 향기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한 노력을 기울인다. 사이드 메뉴인 베이커리의 경우 커피 향을 방해하지 않거나, 커피향과 어울리는 메뉴 위주로 구성했다. 주력 메뉴인 커피 판매량 확대를 위한 움직임이다.
과거 2011년 던킨도너츠가 버스에 방향제를 설치, 던킨도너츠의 광고가 나올 때마다 방향제에서 커피향이 퍼지는 프로모션을 진행한 뒤 버스정류장 근처 매장의 커피 매출이 증가효과를 거뒀던 것과 비슷한 형태다.
서점이나 의류 매장도 매장을 상징하는 향을 활용하고 있다.
의류 브랜드 후아유의 경우 캘리포이나 느낌을 살리기 위해 해당 지역의 특산품인 오렌지 향을 앞세우고 있다. 교보문고는 2015년 ‘책향’인 ‘더 센트 오브 페이지’를 개발, 2년 전부터 디퓨저, 룸 스프레이, 차량용 방향제 등을 제작해 판매중이다. 특히 최근 향수와 책을 동시에 판매하는 이색 마케팅 전략도 선보였다.
병원, 호텔, 스포츠센터, 애견센터, 기업 등에서도 향기 마케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향기 마케팅의 활성화가 향기 산업 성장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향기 마케팅은 기존과 다른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단순 소비 마케팅이 아닌 힐링과 치유를 위한 일환에서 사용되는 경향이 더욱 높다. 고급스러움과 함께 감성적 사치의 코드에 향기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외부 활동 및 소비 감소가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오롯이 자신을 위한 작은 사치성 소비는 증가에 주목한 결과다. 향기 산업 중 향수 산업의 성장 폭이 급증한 이유다.
향수는 향기를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표시하고, 계속되는 후각 자극을 통한 개인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아이템으로 재부상했다. 과거와 차이가 있다면 기존 향수와 다른 색다른 향을 찾는 소비자가 증가, 화장품 업계 중심의 향수 시장이 유통업계로 옮겨 가고 있다.
독일 출신 디자이너 필립 플레인의 '필립 플레인 퍼퓸'은 스트릿 패션 브랜드의 감성을 담아 독특하고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였다.
대표 제품인 남성용 오 드 퍼퓸 '노 리밋츠(NO LIMITS)'는 블랙 페퍼, 카다멈, 화려한 워터리 노트의 깊이 있는 향취와 풍부한 다크 우드와 레더, 블랙 앰버 노트가 어우러져 카리스마 있고 세련된 남성의 이미지를 더했다.
까스텔바작도 '까스텔바작 퍼퓸' 향수 '뷰티풀데이 오리지널'을 처음으로 선보였다. 뷰티풀데이 오리지널은 패션 하우스의 감각적인 일러스트와 입체감으로 경쾌함을 살린 사각 용기의 네모 프레임 속 일러스트는 미술 작품을 연상시키며 소장가치를 높였다.
바나나 리퍼블릭은 지난달 '아이콘 프래그런스 클래식 컬렉션'을 처음으로 론칭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것으로 심플한 디자인이 특징인 젠더리스 프래그런스 라인으로 각 원료의 순수함을 살린 개성 있는 향 6종으로 구성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블루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의 심리가 위축된 것이 사실"이라며 "다양한 개성을 표현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작은 사치를 통한 치유 효과를 고려한 업계 간 다양한 제품이 지속적으로 출시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 이종 산업간 융·복합 활발 전망
향기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산업 중 하나로 꼽힌다. 이종 산업과 콜라보레이션이 수월하고, 중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직 초기 단계지만 IT업계를 중심으로 첨단기기를 통해 후각정보를 제공하는 기능 개발이 한창이다.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던 4D 영화관에서 특정 장면에서 특정 방향제를 활용해 현장감을 높이는 식의 기술이 개인 VR 기기로 들어온다고 이해하면 쉽다. 이렇게 될 경우 가상현실의 현실감을 높일 수 있다. 게다가 유통업계는 VR을 통한 맞춤형 쇼핑 기능을 속속 선보이고 있어 활용 범위는 더욱 넓어질 수 있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가정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증가, 디퓨저의 구매가 증가했다. 해외여행 등이 어려운 상황에서 천연 향기를 이용해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자연 면역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제품 확대가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과거 자동차 및 화장실 등에 한정돼 있던 디퓨저 활용 공간이 거실 및 안방으로 확대되는 등 소비자 니즈가 증가하고 있다"며 "다양한 마케팅으로 활용이 가능한 점에서 유통 뿐 아니라 IT기업 등 융·복합 범위도 넓어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향기 산업의 성장세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